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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루인 섀도어5

정체성 " 넌 이미 사라진지 오래일텐데? " 무의식의 공간, 끝 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서 둘은 만났다. 진실 되었지만 사회에 섞일 수 없는 자신과, 거짓 되었지만 인간성을 지키고 있는 자신. 두려움과 공포가 눈에 그대로 맺혀있는 나약한 녀석에게 나는 더 이상 나올 필요 없다며 회유할 뿐이다. 고통을 그 만큼 느꼈으면 이 현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을텐데, 애초에 넌 죽는게 최종 목표였잖아. 내가 이 육체를 차지하면서 너는 죽은거나 다름 없을거야. 근데 왜 다시 내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는거지? " 내가 원한건 이런게 아니야, 당장 내 몸을 돌려줘!! " 내 몸? 실소가 터졌다. 어딜봐서 이게 니 몸인데, 어둠도 제어 못하고. 자신의 탄생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텅 빈 새끼가 어딜 봐서 육체의 진짜 주인이라는거지?.. 2022. 11. 7.
베레스티몬의 보석 악마들은 종족마다 상징이 있다. 그게 우리한테는 보석이였을 뿐이다. 그와 같이 살던 시절, 목이 따갑고 콱 막히는 느낌이 들어 숨이 끊어질 뻔 했다. 딱딱한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점점 올라오면서 헛구역질을 유도한다. 놀라며 달려온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가 등을 두드려주며 토를 유도한다. 내 입에서 나온건 붉은색 돌이였다. 내가 언제 이런걸 삼켰나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서서히 발광하고 있었다. 잠깐 잊고 있었던 사실, 자신이 악마였다는 것. 그리고 이 보석은.. 거의 커가는 성체의 안에서 생긴 결정체. 성인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내 보석은 눈과 같이 새빨간 붉은색, 안은 아직 투명하여 텅 비어있다. 아무것도 담지 못한채로 나온 모양이겠지. 인간세계로 흘러들어오면서, 내 몸의 성.. 2022. 10. 5.
- 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 - (지금 학교라 그림 못 그리니 글이라고 쓰고 갑니다 / 어제 요청한 소재의 연장선, 주관적인 캐 해석) " 나야기, 오늘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 네가 물었다. 지금까지 밥 먹여준 값으로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해달라는 소리였다. 어떤 일이길래 나한테 도와달라 하는 거지? 그리고 집이 아니라 자신이 다니는 식물원으로 가자 하였고, 일단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선 안되니까, 몸을 최대한 감싸고, 모자를 눌러썼다. 현관을 나서면서 넌 내 손목을 잡고 놓질 않았다. 꽤 세게 잡는 거 같기도 한데, 이렇게 끌고 가야 할 이유가 있나?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 우리는 가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말을 먼저 걸 법도 한 녀석이었는데, 오늘따라 조용하다. 낯선 공기가 주위를 감싼다. 평소에 네가 향.. 2022. 7. 12.
구제불능 악마의 한탄 우린 신에게도, 인간들에게도, 악마들에게도 버려진 구제불능. 아무에게도 손을 내밀지도, 도움 따위 받지 않아도 살 수 있어. 011000100110000101110011011001010011011000110100 경외 받는 삶은 창피하고 두려우니까. 어둠 속으로 숨어 약한 면을 꿰뚫며 비겁하게 싸우는거다. 그래도 이런 신념은 나름대로 꺾이지 않아서, 욕구에 충실한 우리는 거짓된 모습 따위 보이지 않아.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며 떠도는 존재라도, 그의 내면에 남아있는 차가운 분노와 시기는 사라질 일이 없고. 초월적인 존재와 손을 맞 잡아, 새로운 힘을 깨달아도, 공허감과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며 꿋꿋히 버텨내고. 내면의 어둠을 받아 들여 각성한 죄인이라도, 이뤄내지 못 한 복수에 대한 칼날을 여러번이곤 갈고 .. 2022. 6. 15.
DID 그 녀석이 나 대신 몸으로 모든 고통을 받아내느라 고생 좀 했었지, 어떻게보면 자업자득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약해진 상태로 항복하며 반 강제적으로 굴복된 채 얻은 보상은 많이 허무했다. 솔직히 계속 안에 머물면서 감시자 마냥 바라보기만 하니 녀석의 역경과 절망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관음한다고 해야하나, 의식이 끊기면서 새로 태어난 몸에서 부터. 그땐 분노만이 가득했지, 알 수 없는 영혼이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어. 기분 나빠, 넌 누구냐고. 질문해도 처음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녀석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이후, 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악연이 시작되었건만. 약해빠진 정신으로 버틸 수 없던건지 결국 몸과 마음이 함께 깊은 어둠 속으로 빠.. 2022.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