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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루인 섀도어

베레스티몬의 보석

by 쩡만이 2022. 10. 5.
악마들은 종족마다 상징이 있다. 그게 우리한테는 보석이였을 뿐이다.
 

그와 같이 살던 시절, 목이 따갑고 콱 막히는 느낌이 들어 숨이 끊어질 뻔 했다. 딱딱한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점점 올라오면서 헛구역질을 유도한다. 놀라며 달려온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가 등을 두드려주며 토를 유도한다. 내 입에서 나온건 붉은색 돌이였다. 내가 언제 이런걸 삼켰나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서서히 발광하고 있었다. 잠깐 잊고 있었던 사실, 자신이 악마였다는 것. 그리고 이 보석은.. 거의 커가는 성체의 안에서 생긴 결정체. 성인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내 보석은 눈과 같이 새빨간 붉은색, 안은 아직 투명하여 텅 비어있다. 아무것도 담지 못한채로 나온 모양이겠지. 인간세계로 흘러들어오면서, 내 몸의 성장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시간 개념이 다른 탓일까, 몇 백년을 지내야 얻을 수 있는 육체를 빠르게 얻은 탓에 이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물론, 어린 마음에 자신의 입에서 나온 보석을 두 손으로 들고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였지만. 그는 일단 입에서 나왔으니 한 번 씻어서 주겠다며 가져갔고. 물로 씻은 뒤의 보석은 처음 나왔을때보다 매끈하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나에게서 나왔으니 소중히 간직하라며 말하고 웃어줬지만, 그때는 이 보석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그저 가지고 있었을 뿐이였다.


결국 그의 끝까지, 이 보석을 전해주지 못한채 그저 간직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사고는 발생했고, 나는 내 의지대로 육체를 움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버렸지. 녀석은 보석은 물론이고, 자신의 존재마저 망각한 완전히 다른 인물이였다. 나를 연기하고 있는 불결한 영혼과 같았다. 결국 보석은 집 안에 방치 된 채로 점점 어둡게 물들어갔다. 안 쪽에서 부터 서서히 칠흑같은 어둠이 잠식해간다. 투명했던 그릇은 탁해지며 생기를 잃어갔다. 나만이 그 존재를 알기에, 보석이 점점 평범한 돌 처럼 되가는걸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 차라리 그에게 전해줬다면 이런 생각은 안해도 됐을텐데, 참다 못해 나는 녀석에게 다 죽어가는 보석을 내밀었다. 그냥 가지고 다니라고 말은 하였지만 소중히 여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붉었던 영롱한 색채는 어디로 가고...


몇 달, 몇 년이 흘렀을까, 녀석은 이 곳에 납치된 후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살아나는 육체 덕분에 숨을 쉴 뿐이다. 숨만 쉬는 그들의 인형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내가 건들여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니, 이미 그는 다 포기한 상태였다. 계속 이렇게 지내는걸 순응하면서도 부정하는 상태. 녀석이 계속 가지고 있던 보석은 비로소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거짓된 영혼이 죽어가고, 진실된 영혼이 다시 생기를 되찾아갈때. 보석은 다시 주인에게 공명했다. 그렇게 난, 녀석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내면의 어둠 안으로 밀어넣어 가두었다. 다시.. 몇 년 만에 움직이며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신체는 망가졌고, 예전과 같이 건강하진 않지만. 다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거로도 충분했다. 보석은 그에 맞추어 다시 강렬한 붉은 빛을 뿜어내며 생기를 되찾았다. 물론.. 중심에서 피어난 그림자는 완전히 지울 수 없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뭔가 녀석을 자신의 안에 가두었다는 느낌이 드니까.


베레스티몬에게 보석, 일반적인 발광하는 물체가 아닌 악마 자신이 만들어낸 보석은, 특수한 능력이 있다. 보석의 주인이 허락하지 않은 상대가 만지면 상대의 내면의 트라우마를 순간 보여주며 버틸 수 없는 악몽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주인이 가치있다고 여기는 사람에겐 만져도 아무런 일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다른 능력은, 보석의 주인을 불러내고. 불러낸 상대의 욕망을 읽어내고 그에 맞추어 불려나온 주인의 힘은 강해진다. 욕망이 크면 클 수록 비례하여 강해지고, 어떠한 방법으로든 시전자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가 되기에, 베레스티몬은 지옥에 있을 때 부터 여러 악마들에게 위협 당하기 일쑤였다.


" 다음에 볼때는 나인 상태로 만났으면 좋겠네. "

 

이미 난 내 미래를 안다, 녀석들이 나를 가만히 둘리 없으니까. 그리고, 이미 그들에게 불려나가 차가운 복도를 걷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와 아무말도 하지 않는 대원들. 항상 숙소에 있을때 나에게 말을 걸어준 녀석을 내 옆에 붙힌 채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얼굴 표정은 어딘가 슬퍼보였다. 회의감이 감도는 눈망울. 내가 상대를 쳐다보고 있다는걸 느낄때, 그저 어깨에 손을 얹어줄 뿐이였다. 점점 가는 길이 어두워진다. 익숙한 향이 나고, 차가운 공기가 내 몸을 휘감았다. 저 멀리 보이는 한 의자. 방 안에 덩그러니 가운데 놓여져 있다. 나를 거기에 앉히고, 투명한 마스크를 씌웠다. 그 안에서 서서히 연기가 흘러들어온다. 눈을 뜨기 힘들어지고, 근육이 서서히 풀린채. 정신을 잃었다.


(22. ??. ??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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