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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해버너리 가이더

그녀의 눈으로 본 괴기현상 3

by 쩡만이 2022. 11. 8.

" 지옥의 문..? "

 

" 수문..장? "

 

나와 라이나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단어를 중얼거렸다. 본인은 그렇다 쳐도, 갈색 머리 조차 놀랄 정도면.. 이건 예상 밖의 일이였나보다. 근데, 이걸 함부로 말해줘도 되는건가? 나랑 타케이는 구면이니까 어느 정도 신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세트는 전혀 아니다. 독실한 신자라서 악마라는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굳고 눈매가 날카로워졌고, 매고 있던 은색 십자가 목걸이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있을 뿐이다. 타케이는 세트를 한 번 스윽 훑더니 말했다.

 

" 악마 좆같은거 알겠는데, 이걸 안 이상 너도 똑같은 부류인건 알지? "

 

사람 신경을 긁는 말투다. 세트는 타케이의 말에 동요하면서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다시 마저 움직일까- 라는 말을 하며 마저 이 불가사의한 공간을 돌아다녔다. 이제 진정이 된걸 알았는지 다시 건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라이나는 습관적으로 인사를 건내며 상황을 살피려는데, 라이나의 손이 사람에게 닿자. 그냥 통과 되어버렸다. 마치.. 존재 하지 않는 것 마냥, 타인에게 인식 조차 되지 않았다. 당황한 라이나는, 큰 소리로 자신을 무시하고 지나간 사람에게 소리쳤다.

 

" 저기요~!! 저 여기 있는데요?! "

 

라이나가 아무리 소리치며 관심을 끌려 해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갈 길을 갈 뿐이였다. 이제서야 다시 깨달았다. 여긴 보이는건 같은 모습일지 몰라도.. 전혀 다른 공간이라는걸, 이 괴물들 처럼 우리는 지금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않는 별개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면 할 수록.. 타케이가 더욱 수상해졌다, 분명 페리페티아 시절때는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인데, 성격도.. 능력도 전부 바뀌어서 돌아왔으니. 이걸 더 빨리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저런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평화로운 날에는 전혀 행동을 하지 않았던건가. 타케이는 라이나가 저런 행동을 하는걸 보곤 우스꽝스러웠는지 그저 손을 입으로 가리고 쿡쿡 웃어댈 뿐이다.

 

" ...아아.. 그냥 아예 내가 안 보이는 모양이네에.. "

 

이제야 깨달은 듯 축 쳐진 상태로 다시 무리로 돌아왔다. 다소 즐거워 보이는 타케이의 행동에 라이나는 못마땅하게 흘겨보다가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시선감으로 압박을 주었다. 그제서야 기분 나쁘게 웃어대는 소리가 멈추었다. 계속 빤히 쳐다보는 라이나가 부담스러웠는지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서 한 손으로 그녀를 밀어냈다.

 

" 돌아갈 순 있으니까 그렇게 보진 말고. "

 

당연히 본인이 여기로 우리를 불러왔는데, 돌아갈 방법을 알고는 있겠지. 몽환적이면서도 사악한 기운이 근처에 넘쳐나는 곳에 계속 가둬둘 생각이라면 정말 난 미쳐버렸을거야. 아무리 알고 지낸 사이라지만.. 이건 별개의 문제다. 잠시 진정하고, 타케이는 마저 말을 꺼냈다.

 

" 인간계가 이렇게 되는건 지옥 놈들도 바라진 않거든, 지옥에 있는 괴물이 인간계를 어지럽혔다면.. 어떻게 될거 같냐? "

 

유독 경계심이 강해보이는 세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시선이 다가왔다. 세트와 나, 공통점이라면.. 신을 추종하고 굳게 믿고 있는 아쿠아 교단 쪽의 신자이다. 그렇다는건,

 

" 지옥의 반대, 천계 쪽이 인간계로 강림한다는 소리구나. "

 

답은 단순하면서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카시우스 제국 자체가 기사단이 천계 소속이고, 단지 인간계를 관리하기 위해 고위 천사 한 명이 내려온거 뿐이다. 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결국 천계에 있는 사자들이 이 땅에 재림하여 지옥과 전쟁을 펼치겠지, 그렇다면 인간계는 그저 두 진영이 싸우기 위한 전쟁터로 전락할 것이다. 이야.. 나름대로 생각하니까 우리 엄청난 일을 알아버린 느낌이다. 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줄 알았더니, 진짜 생명의 은인이였다. 내가 살다살다 타케이에게 도움을 받아버리는 날이 올 줄이야. 심지어 악마인걸.

 

" 천계.. 하늘에 있는 천사들을 말하는거지..?! "

 

라이나는 항상 한 타이밍 늦게 말을 꺼낸다. 이미 속으로 다 생각하고 있던 것들인데, 유독 이런거에만 굼뜨단 말이야. 타케이는 저런 소리를 하는데도 맞장구를 쳐주고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일단 저 둘이 얘기하도록 두고..

 

" 하하.. 세트, 제 친구들이 많이 특이해서 이런 일에도 엮이네요. 그쵸? "

 

많이 심오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사실 나도 교리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어서 나중에 고해성사로 1시간 동안 박혀있어야할지도 모른다. 몸에 묻은 어두운 그림자를 전부 지워내기 위해선 세례 몇 번 가지고는 절대 안되겠지. 지금은 계속 죄를 축적하고 있다가, 나중에 벌은 한 번에 받을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일단은 도움은 받았으니까 나중에 사고 크게 치면 말하자며 그를 설득했다.

 

" 이 참에 저희도 같이 악마나 악령 같은거 잡으면서 참회하는건 어때요? "

 

그럴 능력이 나에게 있는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면 진지하게 임할 자신이 있다. 그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조로 말을 건냈을 뿐. 타케이가 저렇게 지옥에서 온 괴물을 퇴치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반대로 우리가 배우면 되는 것이다. 대신, 그 능력이 우리 교단 쪽에서 허락하는 힘이라면 말이지.

 

" 타케이는 엄~청 멋있는거 혼자 하고 있었구나? "

 

옆에서 들려오는 라이나의 목소리. 주인공 자리가 탐나기라도 했던걸까, 질투난다는 듯 타케이를 치켜세우면서도 자신도 끼워달라는 어린애 같은 부탁을 하였다. 당연히 타케이는 안된다며 완강하게 거절하는 스텐스를 보인다. 생각보다 매우 위험하다면서, 나도 저런 괴물을 쉽게 쓰러트리기 위해 고단한 노력을 했다며 우리가 여기에 굳이 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 근데, 이렇게 다 까발린 주제에 이제서야 나서지 말라는건 좀..~ "

 

타케이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손은 여전히 세트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있긴 한데. 이렇게 크나큰 기밀을 알아버린 순간, 우리도 솔직히 안전하다고 볼 순 없으니. 우리 둘은 정 안되겠으면 빠져야하고, 나서는거 좋아하는 라이나는 타케이가 안된다고 해도 계속 달라 붙을거 같긴 하다.

 

" 그렇게 이런 일에 끼고 싶냐? "

 

타케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의외의 답변이였다. 나는 된다면야 평화를 위해 같이 맞서겠다는 반응, 라이나는 당연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말. 세트도 자신이 사는 마을과 교회, 어린이를 지킬 수 있다면 노력하겠다며. 나름 긍정적인 의사를 표현했다. 이런 세 명의 말에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며 타케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 세 명에게 무언갈 차례대로 건내주었다.

 

" 부적이다, 지니고만 있어도 지옥 놈들이 건드리는 일은 없을거야. "

 

보라색 종이에 하얀 잉크로 써진 부적을 하나 씩 받았다. 보고 있으면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니고만 있어도 녀석들이 우릴 공격하지 않는다니.. 되게 치트키스러운 물건을 난, 뒷 주머니에 구겨지지 않도록 넣었다. 맥락 자체는 우리가 평소에 끼고 다니는 십자가랑 비슷하네.

 

" 괴기현상.. 이라고 부르지? 기사단 놈들은. "

 

타케이는 멍하니 괴물들이 부유하고 있는 일그러진 공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지옥에서 온 녀석들을 막을 열쇠가, 지옥 출신인 내가 가지고 있다니. 참 웃기는 일이야. "

 

우리 셋, 뭔가 굉장히 큰 사건에 엮인거 같지만. 더 큰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선.. 이 악마와의 동맹은, 필수 불가결이 되어버렸다.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선, 필요악 정도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

 

" 그래, 다 같이 공범이니까. 잘~ 알려 달라고. 수문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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