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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해버너리 가이더

첫 만남

by 쩡만이 2022. 7. 29.

오늘은 정기적으로 자원 봉사를 하러 나가는 날이다. 더불어 포교 활동도 겸사겸사, 요즈음 국교의 위상이 너무 낮아진거 같아서 교황님의 근심이 커져간다고 하셨다. 예전에만 해도 많은 신자들이 따르며 많은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다니기도 했지만, 사파 종교들이 늘어나면서 국교에서 이탈하는 신앙자도 꽤나 많이 생기고 있다. 평등을 추구하고 모두에게 똑같이 내줘야한다는 우리의 사상과 맞지 않았던 이들은 자신들의 입 맛대로 만들어진 종교로 찾아기도 하며, 그렇게 우리 나라에 혼란이 왔다. 가뜩이나 저 위에 있는 녀석들도 버거운데. 우리 끼리 내부 분열을 한다면 골치 아파질텐데~

 

이렇게 불만을 털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평등과 자유, 구원을 위해서 움직인다. 하나라도 더 많은 신앙자를 모아야 신께서도 기뻐하실테니. 가는 곳은.. 국교 진영에서 벗어난 변방이다. 그나마 그들 중에서는 우호적인 조화파들이 있는 곳. 가치관이 다르지만.. 온화한 마음은 같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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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떨어진 곳이라 소금 냄새가 덜하다. 내리니 뜨거운 햇빛이 나에게 쏘아댄다. 뜨거워, 수녀 복장 너무 더워. 얼른 다 하고 집가서 씻고 누워야겠다. 신앙심은 강하지만.. 이건 이거고, 사생활은 나름대로지. 여기선 최대한 티 내지 않고 완벽한 국교의 신앙자로 보여야하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두 줄로 천천히 이동하였다. 품격 있는 모습과 어떠한 날씨에도 굴하지 않은 인내의 모습을 비춰주기 위해.

 

그 곳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던건 작은 교회이다. 우리와 같은 큰 성당이 아니라 아이들을 모아놓고 성경책을 읽게 할 비주얼의 외관이다. 나름 소박해서 가족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리를 맞이 해 준건 어느 신부, 키가 나보다 조금 큰 적발의 남성이였다. 들어오라면서 온화한 태도로 우릴 맞이한다. 조용히 기도하는 자세로 손을 모은 채 인사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보이는건 아이들. 순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에 금방 긴장이 풀려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직은 가만히 품위를 유지해야한다. 그들이 우리를 정식으로 소개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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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해주는 것은 아이들과 놀아주기, 교회를 청소하거나 가져온 빵과 같은 양식을 나눠주거나 나이가 드신 분들과 담소를 나누는 평범한 봉사활동이다. 물론 그 안에는 국교를 퍼트리겠다는 다소 음침한 생각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난 이런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좋아하니, 나름 나쁘지는 않다. 이 교회의 주인으로 보이는 목사님과도 대회를 나누었다. 자신들의 신앙을 서로 뽐내다가, 서로의 믿음에 매료되기도 한다. 다행히 온건파인거 같아. 서로를 이해해주며 배워가는 좋은 자세라 말하기가 편했어, 몇 십 분 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방 밖으로 나오는데, 우리를 맞이 했던 그 신부와 눈이 마주쳤다. 눈 웃음을 지으며 인사하곤 넘어가려 했지만, 그는 나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건냈다. 국교인데도 이렇게 도와주러 오시다니 고맙다면서. 가끔 오시는 국교파들은 우리를 차갑게 대했는데 이번에 온 수녀 단체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따듯해졌다고 한다.

 

"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늘 하던 일을 하는거 뿐이에요. "

 

그와 이야기를 계속 나누기로 했다. 교회 밖으로 나가 길을 걸으면서 이 근처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국교파가 적은 쪽에 속하는 변방의 마을. 이 곳은 겸손의 신을 섬긴다고 한다. 그래서 성격이 좋은건가. 뭘 믿든 좋은 쪽이라면 난 어디든 오케이니까. 그런데.. 이 사람에게선 물의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뜨거운 쪽.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사는건 여기지만.. 능력을 보니 이그니아 쪽인거 같다는 말. 불의 능력을 쓰는자가 신을 섬길 수도 있구나 싶다. 저긴 완전 원칙주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기계같은 인간들 뿐이던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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