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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해버너리 가이더

그녀의 눈으로 본 괴기현상

by 쩡만이 2022. 11. 7.

"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래..? "

 

금색의 긴 머리칼을 가진 그녀가 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분명 시계는 낮을 가르키고 있는데도 검붉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몸 안을 비집고 들어온다.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뛰었지만, 지금 내가 소리쳐서 할 수 있는게 있나 싶은 회의감이 들었다. ...아니야, 마음 굳게 먹어야한다. 프리스트는 신의 대리인이야. 신께서는 우리를 보호하고, 항상 지켜봐주시고 계시지. 분명,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하는 일은 당연히.

 

"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 안에 숨어 계셔야해요!! "

 

최대한 큰 소리로 외치며 밖에서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던 시민들을 건물 안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이 곳에 여전히 머물고 있었던 하늘과 같은 검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사내 또한. 내가 지켜야 할 사람 중 한 명이다. 나는 멈춰있는 그의 손목을 꽉 붙잡고선 끌고가다시피 건물 안으로 뛰었다. 얼떨떨한 상대의 얼굴은 볼 시간이 없다.

 

" 하늘 감상할 시간 없다구요!! "

 

최근 카시우스 제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정체불명의 사건들. 기사단 측에서는 이걸 괴기현상이라고 칭했다. 보통은 소규모로 일어나는 사고였을텐데.. 이렇게 하늘을 덮을 정도로 심각해졌단 말인가? 점점 채도가 높아지며 온 공기를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하늘을 피하여, 어느 빌딩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정신 없이 달리는 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게 나타나기 전까진.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와 그는 휘청거리며 쓰러질 뻔 하였다. 눈을 다시 제대로 뜨고 앞에 초점을 맞추니..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흉측하고 공포스러운 생명체가 있었다. 몸이 굳어버렸는지 보고 싶지 않은데도 고개가 돌려지지 않았다. 완전히 압도 당해버린 것이다. 그것은 커다란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검은색 가죽으로 덮혀있는 외눈박이 괴물. 덩치는 트럭을 3개 겹쳐 놓은거 마냥 거대했다.

 

" ..침착..침착해야... "

 

말로만 계속 웅얼대고 있지만, 몸은 전혀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괴물의 동공이 한 없이 작은 우리들에게 향했다. 그와 나는 같이 떨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손톱을 가진 다리로 우리를 밟아 뭉개려는 순간...

 

" 나찰염화!! "

 

오색 불꽃을 휘감고 있는 한 물체가 저 멀리 하늘에서 대각선으로 날아와, 괴물의 정 중앙을 파고 들었다. 큰 소리로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치더니 순식간에 불꽃은 괴물의 몸을 덮었다. 타들어가며 괴로워하는 울음 소리를 주변에 퍼트릴 뿐이였다. 그 순간 난 정신이 팍 들더니, 다시 움직이려고 주위를 살피는데. 나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빠르게 날아오는 갈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 둘 다 괜찮아?! ...여긴 타케이한테 맡기고, 얼른 가자! "

 

그녀의 말과 동시에 우리 둘의 몸은 지면을 둥둥 떠다니는 상태가 되었다.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내 손에 이끌려온 그는 갑자기 일어난 이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뿐이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평정심을 놓아버리고 버둥거리는 상대. 웃을 정신도 없다. 상황이 심각하여 긍정적인 감정 회로가 전부 닫혀버렸어. 라이나는 계속 그렇게 움직이면 떨어질 수도 있다며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 ..그나저나, 타케이라니? "

 

또 하나 의문이 생기는건.. 방금 저 괴물에게 돌진한게 내가 아는 타케이 노라 라는 소리인가? 내가 기억하는 그는 소극적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녀석이였는데. 저렇게 모두가 위기에 빠졌을때 혼자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 수 있을 정도로 정의로운 인물이라고?

 

" 헤헤, 그건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봐! "

 

라이나는 웃어넘기며 일단 건물 옥상까지 우리를 이끌고 올라갔다. 하늘을 둥둥 떠있는 기분.. 진짜 적응 안된다. 얘는 매일 이러고 다니니까 아무렇지도 않은건가? 옥상 바닥에 천천히 착지하였지만, 여전히 핏빛 하늘은 그대로이다. 원인을 알 수 있으면 대책이라도 세웠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붉은 머리의 신부.. 세트는 나에게 물었다. 타케이라면 저번에 만났을때 몸을 꽁꽁 싸매고 있던 남자 아니였냐면서.

 

" 어.. 그렇지...? 나도 제대로는 모르겠지만.. "

 

일단 이 상황이 진정되고 난 뒤에야, 그에게 뭐든 물어볼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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