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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터 스토리/해버너리 가이더

그녀의 눈으로 본 괴기현상 2

by 쩡만이 2022. 11. 8.

계속 되는 비명소리에 귀가 멎을거 같다. 그건 라이나와 세트도 마찬가지였는지 귀를 막으며 불평할 뿐이다. 밑에 있는 괴물은 우리들이 보고 있지 않던 사이 형체도 남지 않을 정도로 타버렸고. 그 괴물이 사라짐과 동시에 하늘에 껴 있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다시 햇빛이 지상을 비추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 막던 손을 치우고 하늘을 바라봤다. 당연하게 여겼던 푸른 하늘이 이렇게 고맙게 여겨질 줄이야. 뭔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입 밖으로 내 뱉을 수는 없었다. 이런 말만 하면 정말 타이밍이 나빠진단 말이지. 상황이 악화되는 저주..

 

" 사람들.. 잘 피했으려나..? "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겐 대피하라며 소리를 쳤지만, 혹여나 마지 못해 당한 사람이 있을까.. 하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옥상 난간 쪽으로 가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괴물이 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분홍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저건 분명.. 방금 괴물 쪽으로 날아왔던 그가 틀림 없었다. 수상한 기운을 평소에도 풀풀 풍기고 다니더니, 역시 뭔가 있다. 이 괴기현상을 알고 있는건가?

 

" 타케이 안 다쳤겠지..?! "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같이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라이나, 다시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여전히 의구심만 들었다. 밑에 있던 타케이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옷을 털고, 다시 유유히 사라지려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라이나는 타케이를 큰 소리로 불렀다. 우리들 여기 있다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 얼굴이 멀리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역시나 당황한 제스처. 타케이가 확실히 맞다. 이리로 오라면서 소리치며 그를 부르는 해맑은 얼굴. 역시 이렇게 생각하면 예나 지금이나... 라이나는 전혀 바뀐게 없다니까.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평화로운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건물 밑으로 다 같이 내려와 내가 먼저 건낸 말은 하나였다. 그냥 이 현장에서 사라지려는 타케이를 붙잡기 위해.

 

" 구해준건 정말 고마워, 하지만... 너 뭔가 알고 있지? "

 

감사 인사까지는 그의 표정이 여전히 관심 없다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다음 문장에는 반응 했는지 움직이려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눈살을 찌푸린채로 나에게 대답한다.

 

" 너희가 굳이 알 필요는 없어, 좋을거 하나도 없으니깐. "

 

역시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대답을 회피한다. 이렇게 된거.. 그냥 밀고 갈 수 밖에 없으려나, 아무런 상관도 없을거 같은 인물이. 더군다나 라이나와 같이 센 능력자들도 한 번에 제압하지 못하는 저 괴물을 바로 없애버렸으니. 나에겐 정말 중요한 정보이다. 우리 아쿠아 교단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절대 남 일은 아니야.

 

" 타케이~ 친구끼리 숨길 것도 없잖아~ "

 

라이나가 그를 회유하면서 좋게 달랬다. 결심에 찬 내 눈빛을 눈치라도 챈걸까, 그의 붉은 눈동자는 나에게 고정되었다. 미세하게 일렁이는 그의 동공에선 녀석들과 같은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는거 같았다. 계속 보고 있으면 혼이 빼앗길거 같은 불안정한 기운을 내 뿜고 있다. 그는 뒤를 돌면서 혀를 차며 말을 이어갔다.

 

" 그렇게 알고 싶어? "

 

난 당연히 긍정의 대답, 옆에 서서 타케이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던 세트 또한 그의 태도에 의구심을 품었는지 어느새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처음 타케이를 조우했을때 그의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적응했구나 싶었다. 완전 오물을 보는 눈빛으로 십자가를 앞으로 내밀며 이 땅에서 사라지라며 기겁을 했던 그때. 타케이는 일단 사람들이 듣지 않는 곳으로 가자며 나를 포함한 세 명에게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라이나와 나의 손을 마저 잡으니, 동그랗게 둘러싸는 모습이 되었다. 눈을 꽉 감고 있으라는 타케이의 말. 우리 셋은 미심쩍지만 일단은 눈을 살며시 감았다.


" 이제 눈 떠. "

 

눈을 뜨라는 말에 천천히 눈꺼풀을 위로 움직였다. 주변에 있는 애들의 모습을 살피고 나니 풍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 광경은 비현실 이라는 단어에 완벽히 부합했다. 방금까지 있던 그 모습은 맞지만, 색채가 완전히 일그러져 있는 공간. 방금 괴물과 같은 생명체들이 근처를 부유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 ...우와아..?! 이게 다 뭐야!! "

 

제일 먼저 입을 연건 라이나였다. 알 수 없는 광경에 바로 홀리기라도 한 듯, 작은 생명체에게 다가가려는 모습. 타케이는 라이나의 팔을 잡고 안된다면서 말릴 뿐이였지만. 세트 또한 당황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라이나 처럼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과는 다른 표정을 한 상태로. 내 모습은..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황당함이였다.

 

" 여긴 인간계와 지옥의 틈새다. "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는 타케이였지만, 이 풍경을 보니 뭔가 납득이 되는거 같았다. 그나저나.. 지옥?

 

" 지옥의.. 틈새? 지옥이라고?? "

 

끝의 문장을 크게 외치며 타케이를 빤히 쳐다봤다. 뭔가 이 신분으로 지옥에 발을 들였다는거 자체로도 꺼림직한데, 지금 이렇게 둥둥 떠다니고 있는 형형색색의 괴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는거 자체로도 쇼크였다.

 

" 당연히 인간들의 육안으론 볼 수 없지, 그러니 평소엔 이 녀석들이 해를 끼치지도 않아. "

 

타케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서 익숙하다는 듯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말하였다. 딱히 행동할 방도도 없으니 우리 셋은 얌전히 그의 뒤를 따라갈 뿐이다. 정말 그의 말대로 괴물들은 우리가 보이지도 않는지 주위를 맴돈다 싶다가도 그냥 지나가버린다.

 

" 방금 나온거 처럼 엄청난 어둠을 가진 녀석이라면, 충분히 경계를 뚫고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야. "

 

이렇게 많은 녀석들 중에서도 소수만이 인간계에 피해를 입히는데, 그 소수가 어마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였다. 그런 녀석을 한 번에 제압한 타케이도 참 신기한데.. 인간들의 육안으로 볼 수 없다면. 뭐.. 인간이 아니라는건 이미 눈치 챘지만, 여기서 확실히 그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다. 세트가 질문하였다. 인간들이 볼 수 없다면, 당신의 정체도 이 괴물과 다를빠가 없다는 거 아니냐며. 조금은 경계하고 있는지 다소 말투가 날카롭긴 했지만, 타케이는 크게 신경 안 쓰는 모양이다.

 

" 응, 악마인데. "

 

다소 가벼운 말투로 툭 내뱉은 그의 말이였지만, 확인 사살이 되버리니 우리 셋은 순간 굳을 수 밖에 없었다.

 

" 인간이 아닌건.. 페리페티아때 부터 알고 있었긴 했지만.. 좀 충격이네. "

 

난 헛웃음과 함께 반응을 표했다. 라이나는 별 충격은 안 받은 모양이네, 하긴 둘이 계속 붙어다니면서 이야기를 했을테니 타케이가 악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려나. 물론 세트는 더욱 경계하는 눈빛이다. 일단 신을 믿는 신앙자에게 악마의 존재는 불결 그 자체니까. 세트는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럼 지옥의 편이 아니냐면서, 왜 그 괴물을 쓰러트린건지.

 

" 지옥의 편이라니, 난 그 누구의 편도 아닌데. "

 

역시 또 의미 심장하면서도 타케이의 성격이 드러나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라이나가 세트의 말을 거들었다. 그럼 우리를 구해준 이유라도 있냐면서.

 

" 내 일이니까, 인간계와 지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거 뿐이야. "

 

균형? 개체 수라도 조절하고 있는건가, 감질맛나는 답변만 계속 해대니까 답답했는지 우발적으로 입에서 질문을 뱉어냈다.

 

" 그냥 정확히 말해, 저 괴물들이 지옥에서 왔고. 넌 악마라면.. 그보다, 그 균형이라는건 도대체 뭐야? "

 

내 질문에 타케이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우리 셋을 바라보다가, 그가 계속 쓰고 있던 후드 모자를 천천히 밑으로 내리며 벗었다.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동물의 귀. 생각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듯 타케이는 입을 열었다.

 

" 난 제 5관문 초열 지옥에서 발령 나온, 지옥에서 흘러나와 인간계를 어지럽히는 악령을 잡고 있는 퇴마사이자. "

 

" 지옥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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