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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타케이 노라

心烦意乱

by 쩡만이 2021. 11. 23.

제목 뜻 : 심란함. (이번엔 노라의 시점에서 푸는 그 후 이야기.)


" ?! (현관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이미 온건가? 급하게 테라가 쓴 일지를 들고 안절부절하다가 끝내 몰래 챙기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밖으로 나와 멍하니 있는다.) "

 

테라는 눈이 안 보일테니, 가만히 들고 있어도 별 상관은 없지 않을까. 라며 현관쪽으로 갔다. 시력이 나빠진건 정말 안쓰러운 일이지만, 별 수 있나. 치료할 수 없다면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야하는법, 그 여자에게만 보일 머쓱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왔냐면서 급하게 오느라 자세가 엉거주춤해지긴 했지만, 말하면서도 비틀어진 자세를 교정한다, 그 여자애는 많이 젖었는데.. 테라는 보면 덜 젖은 느낌이다. 하지만 수건은 테라한테만 있었지, 장난스래 테라가 들으라는 듯 말하였다.

" 야, 니 여친 엄청 젖었는데 너만 수건 쓰냐? (위로 올려다보며 입꼬리를 올려 말하였다.) "

 

그 말을 들은 순간, 테라는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눈이 휘둥그래져선 당황한 모습. 반응은 역시 재밌다니깐, 앞에 있는 여자애를 툭툭 치는 행동을 보이는데. 물기가 묻어 나왔는지 급하게 자신이 쓰던 수건을 넘겼다. 그걸 왜 말하냐는듯 멋쩍은 웃음을 짓는 여자애의 모습. 그야 너가 더 젖었으니까. 라며 받아친다. 둘 다 우산을 들고 있는데도. 찾으러 가느라 네가 더 젖은거 아니냐며 물어본다. 테라는 수건 더 가져와야 할거 같다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여전히 신발을 신은 모습이라서 내가 급하게 말렸다. 내가 가져올테니까, 기다리라며. 수건을 여러장 건내주었다. 그렇게 잠시 집안 분위기가 환기 되었다. 둘 다 몸과 옷에 있는 물기를 말리고, 옷을 갈아 입는다. 테라는 피곤한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침침하고 습한 날씨인데, 나라도 이렇게 해야지. 둘 다 꼴이 만신창이인데, 나를 살려준 보답으로 이정도의 광대짓은 쉽게 할 수 있다. 살아생전에도 그러면서 사람들과 어울렸던 몸인데. 다만.. 내가 알게 된 이 일은 나를 살린 보답과는 무관하다, 그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살다간 다 미칠거야. 그렇게 거실에 여자애와 단 둘이 남아있게 되었다. 손에 노트를 들고 있는걸 보았는지 그걸 빤히 바라보는 여자애. 그게 뭐냐면서 물어보려는 입을 급하게 막는다.

 

" 쉿- 잠깐 할 말 있으니까, 따라와볼래? 테라 지금 피곤해서 자고 있을테니까 괜찮아. (조용히 속닥이듯 말하며 저기 안 방으로 같이 가자는 듯 손짓을 한다.) "

 

어디서 부터 말을 해야할까. 그 애의 일기장은 본 적이 없다, 일기를 쓰는지도 몰랐는데, 첫 페이지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껴서 말이지. 그때 보였던 피가 묻은 여러 물건들. 이건 중증 정신병이다. 알고보면 약도 있는게 아닐까, 왜 불렀는지 의문을 품는 네게 노트를 조심히 건냈다. 이거 읽으면 왜 불렀는지 알게 될거라며. 테라 방에 있던 노트라고 소개해주었다. 노트 안에 있던 첫번째 페이지는, 작은 핏자국이 세방울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쓴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 핏자국만 없었다면 정상적인 일지였을텐데, 그가 혼자서 써내린 말은, 그저 오늘 있었던 일, 엑소시스트로써의 의뢰를 받았을때 그 악령에 관한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빨갛게 써진 욕설과 반쯤 휘갈긴 말. 이걸 쓰는데도 여기까지 쫓아온거 같아, 갑자기 목이 졸려. 누군가 날 욕하는 소리가 들려. 빨리 죽었음 좋겠어? 씨발새끼들. 날 역시 병자로 보고있어.

 

" ...어때, 넌 이거 알고 있었어? 그 애랑 몇 년 동안 다니면서 말이지. "

 

그걸 읽은 여자애의 표정은 심란함, 긴장감, 초조함, 슬픔. 모든 감정이 섞인 오묘한 표정이였다. 방금까지 분위기를 맞춰주면서 억지웃음을 지어냈던 내 표정은 어디로 가고. 어느새 진지해졌다는 듯, 덤덤한 무표정으로 그 애를 바라봤다. 가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걸 목격하곤 한다는데, 그럼 자해하는건 알고 있었냐며 단도직입적으로 계속 물어본다. 난 죽었다가 살아났으니까. 그 중간의 기억은 전부 말소되었다. 테라에 대해서도 이젠 반밖에 모르는 셈이지. 그렇기에 이 애의 도움이 필요했던거다.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최고의 증인이니까.

 

" 아, 참고로 페이지 넘길때마다 심각해진다. (무미건조하게 노트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며) "

 

그 말을 들은 여자애는 바로 페이지를 넘긴다. 첫번째 페이지는 세발의 피일 정도로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어가 장을 거듭할 수록 악화되어 보여진다. 핏자국은 크기가 증식하는 듯 커져간다. 이미 강령술, 엑소시즘에 중독 된 듯 악령과 원혼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써내렸던 흔적, 갈 수록 급하게 써 알아볼 수 없는 글씨. 빨갛게 커다랗게 쳐져있는 X자.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정신 상태가 심각하다는건 어린애가 봐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럴 수록 패닉에 빠지는 그 애의 얼굴, 감흥은 없다. 난 죽었으니깐. 감정도 무뎌진거겠지. 거의 울 듯이 눈시울이 붉어진 그 애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노트를 가로챈다. 울거면 안 보여줬다면서, 난 그저 네 도움을 받을 수 있나 해서 물어본거라고. 이건 그저 상황 설명을 위해 필요한 물건일 뿐,

 

" 사실 너 테라한테 맞고 살잖아. 이거 데이트 폭력이야.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금과 폭력, 자해로 협박까지. "

 

언제부터 테라가 이렇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했다, 자. 너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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