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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타케이 노라

사후 2 : 죽은자의 회고록

by 쩡만이 2021. 11. 12.


" 아직 살아있다면 내 수신에 답해줘. "

 

그때의 고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죽어서도 이렇게 복부가 쓰라릴 줄이야. 아무것도 없는 어둠과 후회의 공간에서 난 오늘도 가만히 돌아갈 수 없는 이승을 바라보고 있다, 사람은 이렇게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거구나.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건 그 자식에게 보낸 SOS겠지, 그 핸드폰은 깨진채로 어딘가로 굴러가 떨어져있지만, 난 이제 상대가 어떤 답변을 보냈는지, 알 수도, 대답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래도 완전히 의식이 끊기기 전에 녀석의 울음소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떻게 찾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우리 부모님에게 물어봤으려나. 보통이라면 집 부터 들릴테니.. 내가 죽은 사실은 알고 있을지 의문이다. 조용히 넘어간 사건이고, 공론화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아... 이렇게 허무하게 내 죽음은 다른 사건들에 묻혀 절대 파해쳐지지 않겠지. 그 애도 모를거야. 잘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밤에 그저 멍하니 있던 나와 액정 사이로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으며, 누군가의 얼굴을 맞대는거 조차 힘들어하는 나에게. 계속 하루하루 그 자식과 있을때도 내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 한채, 계속 평범한 사람인 척 연기하는 고통과 답답함을, 그 애에게 털어놓음으로써 조금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 애도 큰 병 때문에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 한다고 했으니, 서로 절대. 볼 일은 없었고. 하지만 많이 후회된다. 그 애는 내 얼굴을 알기나 할까. 나를 본 적은 있을까. 잠시 연락했다고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걸 수도 있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겠지. 내 죽음 처럼. 어느새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는. 하지만.. 미련이 계속 내 머리를 어지럽힌다. 죽어도 편히 못 가고 그때의 메세지 내역들이 기억을 각인시키며, 절대 못 지우도록. 죽어서도 후회하도록 스스로를 옭아매는거 같다. 어쨰서, 이래서 내가 사람과의 인연을 안 쌓으려한건데, 역시 난 나약하다. 혼자 살 수 없는 사회성 동물로 태어난 이상, 이런 본능을 주체할 수 없던 내가 너무 역겹다. 아. 나도 역시 인간이니까. 그 애도 인간이고,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전부 인간이겠지, 내가 있는 곳 까지 뛰어왔던 그 녀석도, 날 죽인 수상한 여자도 인간. 복잡하다. 다시 한번 그 애랑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죽지 말고 최대한 오래 살라고. 죽음의 끝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며. 날 위해 한 번은 울어줬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내가 테라가 아닌 그 애한테 메세지를 보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 의미없이 잊혀지는 삶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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