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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타케이 노라

뭔가 이상해

by 쩡만이 2021. 12. 20.

' 살아난지 1주일째. '

아직도 내 뇌는 텅 빈 깡통마냥 서늘하고 굳어있다. 분명 무언갈 잊은거 같으면서도 먼지를 쓸어내리듯 가볍고 간단하게 사라져버리고 말아. 내가 죽은지 얼마나 되었더라.. 한 5년 동안 있었는데도 몸이 잘 보존되어 있어, 묻혀있었다면 입이든 내장이든 버섯과 곰팡이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었을텐데. 나 장례식은 치뤘으려나? 아무도 모르고 있다면, 내 기억이랑 같이 존재마저 잊혀진거려나.

...

' 살아난지 2주일째. '

테라가 날 가방에 넣고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과 동시에 지퍼를 잠궜다. 어차피 좀비니까 숨을 못셔서 죽을 일은 없긴 하겠다만,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 있어도 되는거야? 싶어서 공기 구멍이 통할 정도로만 내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바깥 풍경. 시내로 향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테라의 발 걸음을 멈추었다. 무언가를 건내주면서, 뭘 건내주었는지는 알 방도가 없지만. 테라는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하였단건 기억해. 물론 그 사람의 일방적인 질문이였지만, 테라는 그냥 시큰둥한 대답을 하고선 넘어갔지만. 그리고 계속 걸으면서 갑자기 묻는 테라의 질문.

" 있지, 넌 다시는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 할 수 있어? "

난 말했지.

" 당연하지, 날 살려냈으니~ "

...

' 살아난지 3주일째. '

딱히 사는데 불만은 없다. 삐걱거리는 몸도 점차 익숙해져서 반인간은 된거 같다. 걸어다니는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밤에 혼자 나가도 될 정도로. 하지만 테라는 들키면 위험하니까, 라는 이유로 밖에 나가는걸 막는다. 어느정도 맞는 말 이긴 하니까.. 난 그럴꺼면 가방에 넣어서 밖 구경이라도 자주 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린다. 어찌보면 죽고 난 시점은 지금의 테라보다 어리니까.

그리고, 테라가 찾고 있다는 그 여자애가 TV에 잠깐 나왔다. 일면식은 아예 없는 여자지만, 테라가 꼭 찾아야한다며 난리를 피우는걸 보니. 가족 만큼 소중한 사람이려나. 설마 여친? 신기하네.. 이런 녀석도 여친이 금방 생기는구나, 성격이 딴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범생이였던 너가 이렇게까지 오컬트 마니아가 될 줄 알았겠어. 역시 그때 무시하고 있어야했나.. 아무튼 인간으로써 첫 관계를... 아니, 처음이던가. 일단 기억나는게 테라 밖에 없으니 그렇다고 치자.

...

' 살아난지 4주일째 '

(중간에 쓰다 말았는지 내용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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