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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超級疼痛

by 쩡만이 2021. 11. 8.

제목 뜻 : 심한 동통 (明度減退 彩度分解랑 이어지는 글. 과제 귀찮귀찮)


" ....(아무말 없이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동자로 그저 소리나는 곳을 쳐다봤다.) "

잘못 들은 걸 수도 있다. 빗소리 때문에 제대로 판별이 가지 않았으니, 떨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빛들이 굴절되어 제대로 그 형체가 뭔지 분별이 가지도 않았다. 내 앞으로 다가오는 그림자. 멍하니 있다가 목소리를 듣고서 누군지 알아차린다. 그제서야 다시 눈에 생기가 돌며, 집으로 돌아가자며 손을 잡는 너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알 턱은 없었지만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고선,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일어났다. 우산을 가져왔다면서 내게 건내는 뉘앙스로 말하길래, 그 우산을 받기 위해 손을 잡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잡히는건 없었고. 허공에 휘적거리기만 한다. 멋쩍은지 내밀던 손을 움켜쥐며 뒤로 살짝 빼다가,

 

" ...줘, (다시 팔을 내밀고 네가 우산을 가져다 대라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

 

정말 심각해지긴 한 모양이다. 빛이 희미하게 보이고, 색채는 당연히 흐릿해져갔으니. 더군다나 비오는 날에..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였다. 내 손에 쥐어지는 우산. 펼치는 것도 손잡이 부분을 더듬어서 알아내야한다. 평소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집으로 가는 길을 늦춘다. 우산을 피고 천천히 그림자 안에서 나온다. 네 손에 이끌린 채로. 너에게 의지하며 집으로 천천히 향한다. 빗소리가 신경을 예민하게 한다. 가뜩이나 보이지도 않으니, 밑에 있는 깊은 물 웅덩이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자주 밟기도 하였다. 짜증나네. 분명 예전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갔을 그 길. 보이지 않는다는게 이렇게 삶의 질을 확 떨어트릴 줄 누가 알았겠어. 이제는 함부로 밖에도 못 나가겠다. 하지만 나름 알바하는 느낌으로 벌어먹을 수 있었던 일이였는데, 당분간은 그만둬야하나. 동행자랑 같이 간다 해도. 행동하는건 나 혼자니까 역시 무리겠구나.. 싶었다. 어쩔 수 없지. 차가운 네 손을 잡고서 빗길을 걷고 있으니,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때의 검붉은색. 네가 울부짖던 그 날.

 

" ....미안, (갑자기 내뱉은 사과의 말.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

 

네가 기억하고 있을지, 아니면 애써 기억하지 않으려고 묻어두고 있는건지 알 수 없어, 일단은 미안하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내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 가끔은 내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항상 일을 저질러 놓고 후회하면서 밤날을 치세운다. 하지만 그거도 잠시, 계속 감정선이 이랬다 저랬다 하면서 혼란스럽게 만든다. 널 차가운 방안에 가둬놓고 묶어놓은건..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런걸까, 눈이 안 보이기 시작하니 슬슬 나도 미쳐가는게 분명하다. 한 편으로는 내 자신이 많이 역겨웠다. 이런 내가 너랑 이렇게 같이 걸어도 되는걸까. 정 때문에... 그저 동정심인걸까. 뒤늦게 사과를 해도, 너에겐 너무 갑작스러운걸까. 눈 밑이 뜨거워진다. 참아야한다.

 

" ....(입을 꾹 다물고서 다시 걷는데 집중한다. 어떤 대답이 돌아오든, 받아들여야한다. 죄를 저질렀다면 변명의 여지도 없으니깐.) "

 


" ...(비가 내리는 밤에 혼자 집에 남겨졌다.) "

걔가 없는 틈을 타, 항상 자기 방에 못 들어오게 했던걸 떠올렸는지 추욱 늘어진 몸을 질질 끌고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봤다. 잠궈놓고 다니는건 아니구나- 싶어서 역시 테라 답네, 라고 생각했다. 이럴때만 되게 어리숙하다니까. 킥킥 웃으며 방 안을 들여다본다. 방은 어수선하다. 정리정돈을 잘 하는 편은 아니였으니깐. 둘러보다가 특이한 퇴마구도 있어서 만져보기도 한다. 솔직히 좀비니까 만져도 되나.. 싶어서 망설였지만, 아무일도 없었다. 부적도 있고.. 이상한 불제봉은 또 뭐래. 이런거 있어봤자 다 골동품인데. 생긴거와 같이 너무 솔직한 애라 별거 없네- 하고 나가려는 찰나, 고개를 내리니 보이는건 휴지통, 하지만 그 안에는 피가 잔뜩 묻은 휴지들이 있었다. 코피라도 흘린건가.. 싶어 넘기려고 했는데... 피가 묻은 칼날이랑 파편이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에이.. 진짜? 진짜라면 말려야한다. 그 여자애가 알면 엄청 화내거나 울겠지, 이러지 말고 정신과나 가는게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이런 행동은 계속 자기 자신에게 지워지지 않을 흉터만 남길 뿐이다. 아무런 의미 없는, 충동적인 자기파괴. 인간의 나약한 부분이다. 정신력이 감당을 못하면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뒤늦게 후회하고 울부짖지. 그래도 상대는 내 절친이니까, 이 쯤 하자. 그 보다 항상 노트에 뭐 쓰는거 같던데. 그 노트는 없나? 나가려고 했는데.. 저 휴지통에 든 내용물 덕분에 다시 방을 탐색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 일지라도 쓰는건가- (중얼거리며 책상 주변을 뒤적이다가 작은 서랍을 열어 노트 한 권을 꺼낸다. 촤라락 펼쳐보니 맞는거 같아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읽어본다. 혹여나 누가 볼까봐 두리번 거리고서.) "

 

......중증이네, 병원가라. 여자애한테 일러버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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