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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없는 사이에

by 쩡만이 2021. 10. 24.

앤오밈 글 보고 이어지는거 처럼 써보고 싶었음니다 (고통받는 우리 히메...ㅠ..)


" 씨발씨발씨발씨발. "

초조한 듯 목을 계속 긁으면서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 버튼만 계속 탁탁탁 누르고 있다. 처음엔 중얼거리듯 욕을 뱉다가, 점점 언성이 커지는 동시에 세게 목을 손톱으로 할퀴었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빨갛게 자국이 남았고, 통증도 그대로 전해진다. 다만,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온다고 했으면서 시간을 안 지킨 너의 행방이 더 우선 순위다. 고조되가는 감정,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 곤두서는 핏줄. 감정은 초조함에서 분노로 바뀌어간다. 앞이 흐릿하다. 눈을 비벼도 안개가 낀거 마냥 점점 뿌옇게 세상이 혼탁해져간다. 몇번, 몇십번, 몇백번. 계속 통화하기 버튼을 누르면서. 목을 미친듯이 긁는다. 노라는 아직도 자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상태를 보는거 보단 낫겠다는 생각. 분명히 날 말릴테니까. 가끔은 방해가 되는거 같아서 차라리 실밥을 다 풀어버릴까 생각도 한다.

 

" (핸드폰을 소파에 던지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

 

아아, 짜증나. 도저히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는다. 미리 연락해준다면 그냥 외로운 정도로 끝났을텐데, 문자 한 통이 그렇게 귀찮았던건가. 아니면 하기 싫어서. 나 같은거 그냥 둬도 지금까지 혼자 살았으니까 잘 살거라고 생각한건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다. 머리를 막 쥐어 뜯고, 이를 꽉 깨물었다. 갑작스러운 분노, 증오감. 파괴충동. 그 감정은 행동으로 실현된다. 두 주먹으로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기도 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 유리컵이나 접시를 벽에다가 던지기도 하고, 질린다 싶으면 그 파편으로 자기파괴를 한다. 발에 박히는 파편들. 고통이 전해져도 별 이상 없다. 피가 남긴 하겠지만. 이 피는 모아서 노라한테 생명 연장용으로 주면 그만. 좀비는 피가 흐르지 않을테니까. 바닥에 떨어지는 뜨거운 피. 네가 보면 어떤 반응일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나를 혼낼지. 아니면 그러지 말라고 애원할지.

 

"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란채로 현관쪽을 바라본다.) "

생각을 하는 동시에 너가 온 모양이다. 넌 난장판이 된 거실을 보고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면, 지금 내 모습에 대한 공포감일까. 팔과 다리에서 피가 흘러넘쳐, 지금이라도 과다 출혈로 죽을거 같은 고통을 몸소 겪으며.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 갈때마다, 너에게 가까워 질때마다 느껴지는 심장 고동.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와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던걸까. 그때와 비슷한 감정. 하지만.. 행동은 그게 절대 아니라는걸 증명한다. 그 고동도. 그때의 나에겐 고통과 같았을테니. 몸 안에서 흘러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느낌. 한 손에는 큰 유리파편을 든 채로 네게 걸어가는 나. 네 표정은 점점 더 공포감에 휩싸여간다. 그 후는... 기억이 잘 안난다. 네가 언성을 높히며 화를 내는 소리. 고통을 호소하는 절규. 이 외에는 기억에 남은게 흐릿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출혈로 인해 정신을 잃었을테니까.

 


 

" 흐아암, 이게 뭐람. (일어난 모양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광경도 익숙한 듯) "

 

또 테라가 많이 빡친 모양이네, 이렇게 자기 몸을 함부로 하다니, 이런 타이밍에 일어나는 내가 좀 신기하긴 하다. 어떻게 보면.. 테라가 내 주인인 셈이니까 뭔가 주술이라도 걸어놓은걸까. 뒤 처리는 내 몫이고, 거의 죽어가는 테라를 살리는거도 내 몫이다. 네가 죽으면 날 살린 보람이 없으니까. 응급처치라도 해놓고. 소파에 눕혀놔야겠어. 바닥에 이건 뭐래. 아깝게, 컵이나 접시 던지면 뭐 좋을거도 없으면서. 나중에 사오는거 또 귀찮다고 얘기할 주제에. 역시 인간이란.. 아무리 내 친한 친구라고 해도, 이런 인간성은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고, 최대한 네 앞에서는 감추고 있긴 한데, 언제 한 번은 나중에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게 좋을려나. 됐고. 일단은 치우기나 하자. 근데 힘 조금만 썼다고.. 벌써 졸리네. 왜지.

" (창가를 바라본다) "

이런,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잖아. 그럼 자기 싫어도 자야한다고. 파편 치우는건.. 테라나 그 여자애가 알아서 하겠지... 여자애, 걔 지금 어디있지? 테라가 화난 이유가 분명 있을텐데. 설마, 싸운건가? 좀 곤란한데. 테라 요즘 빡치면 나한테도 예민하단 말이야. 방 안에 있으려나.. (안 방 문을 열고서 네가 있는지 확인한다. 기절한 듯 자고 있는데.. 손목에 저건 뭐지, 묶인건가?) 에이 몰라... 남의 연애사에 굳이 끼어들다가 또 벌 받으면 나만 귀찮으니깐, 나중에 필요하면 부르겠지 뭐. 일단은 어두운 곳에 들어가서, 밤이 되기 전에는 나오면 안되겠다. 슬슬 잠이 몸을 움직이게 두지 않는거 같으니.

 

" (창고방 안 쪽에 있는 꽤 큰 상자 안에 스스로 들어가고서 눈을 감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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