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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아마도 일상

by 쩡만이 2021. 11. 18.

졸려....


일어나라는 날카로운 음성이 들린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 자주 들어왔으니까, 대충 일어나서 밥이나 먹으라는 말. 밥..? 갑자기 뜬금없이 밥이라니, 그 녀석이 일어났다면 지금 시간은 해가 져 있는 시간일테니까, 또. 집에서는 햇빛이 잘 들어오지 않게 커튼을 치고 살고 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집이라면 그래도 빨리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기대심, 요즘에는 억지로 잠을 깨려고 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밤에만 일어나는건 재미 없다면서, 낮에 일어나봤자 밖에 나갈 수도 없을텐데.. 햇빛만 피하면 되니까 둘둘 껴 입고서 햇빛을 피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양산이라던지. 라며 가볍게 말하는 녀석을 보니.. 시도했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걱정이 되는 마음에 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해도 나중에 한번 팔 한 쪽만.. 옷을 두껍게 껴입었다는 가정하에 밖으로 팔을 내밀어보라고 할 것이다. 만약 불에 타거나 아프다고 하면 바로 들어올 수 있게, 어렵게 살려놓은 옛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밥 귀찮아.. 너가 먹어....- (이불을 뒤집어 쓴다. 하지만 일어나기는 싫은지, 거절을 표한다.) "

 

그렇다고 해도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아서 귀찮다며 거절했는데, 갑자기 이불을 세게 잡더니 위로 들춰내는 노라. 놀래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개슴츠레 뜬 눈으로 그 얼굴을 쳐다봤다. 좀비라서 항상 죽어있는 얼굴과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창백한 피부. 썩어서 부패된 흔적, 갉아먹힌듯 파여져있는 흉도 있고, 그보다.. 지금 뭘 입고 있는거야. 앞치마? 요리를 직접 한건가. 팔 소매도 걷고 있는걸 보니. 살아 있을때도 얘가 요리 한걸 본 적이 없는데.. 솔직히 잘할거 같진 않아서 의심쩍은 생각도 든다. 그 애는 나한테 말한다. 기껏 만들어놨는데 안 먹을거라면서, 이불 안 줄거니까 일어나라며 반 협박으로 날 쏘아붙힌다. 여자애도 먹을거니까 같이 먹으라며. 항상 노라가 쓰는 치트키 같은 말. 그제서야 일어나는 날 보면서 웃음기 도는 말투로 얼른 일어나라며 말한다. 그리곤 유유히 방을 나가는 녀석, 그래.. 뭘 차려놨는지 보기라도 할까.

 

" ..(나가서 보이는건 탁자에 차려진 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 보기엔 그럴듯 한데. 먹을 수 있는건가. 아무리 그래도 좀비가 만들었는데, 손가락 같은게 들어가진 않았겠지... 새 빨간 양념의 닭볶음탕. 왜 굳이 닭볶음탕..?) ...정말 니가 만들었다고? 에이... "

 

솔직히 못 믿는 눈치다. 녀석은 말로 하지 않고 설거지 거리와 주방의 흔적을 보여준다. 일단 조용히하고 먹기나 하라며, 흰 쌀밥도 차려져있다. 히메는 안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잠시 장보러 나가라고 시켰다고, 곧 돌아올거라는 말을 한다. 식기 전에 먹으라는 말을 남긴채 날 바라본다.

 

" 니가 뭔데 남의 여친을 장보라고 시키냐? (뭔가 짜증난다. 나한테 시키던가...) 다음부턴 내 허락도 받아. "

 

이런 말을 하는 날 보고선 어이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난 낮에 자니까 그렇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니랑 입씨름하자고 깨운거 아니니까 앉으라며 날 뒤에서 밀었다. 뭐, 나쁜 일을 시킨건 아니니 대충 넘어가주자.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기다린다. 히메가 오면 먹을거라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라는 어이 없다는 듯 날 바라본다. 하지만 혼자 먹는건 솔직히.. 저렇게 밥이 마주보게 깔려있는데, 먼저 먹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금방 올거라는 말도 들었겠다, 잠시 기다려보자. 노라랑 얘기하다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겠지.


" 얼씨구, 아주 그냥 로맨티스트 납셨네. 너가 그런 면도 있었어? (어이 없다는 듯 픽 웃으며 팔짱을 끼고 바라본다.) "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다고 해도, 그렇게 헌신하는 널 이해하지 못했다. 그 여자애 때문에 서로 가끔 다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실밥 푸는건 아니지. 움직일 수가 없는데, 급격하게 변하는 네 감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요리를 안 해본지 엄청 오래 지났는데도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는건 신기했다. 닭 손질도 오랜만에 해보지.. 누구 때문에 했더라... 있었는데, 좀비가 되면서 기억이 많이 날아갔다.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이랑 모습이 흐릿하다. 이 상태로 만나는거도 불가능하니, 그럭저럭 적응하며 살고 있다. 닭볶음탕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기라기엔 애매하다. 자주 먹지도 않았을 뿐더러, 난 닭보단 돼지나 소가 더 좋거든. 나중에 테라한테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얘가 나에 대해 얼마나 알겠냐만은, 찝찝한채 있는거보단 나을거 같다는 판단.

 

" ...식으면 맛 없는데, 맛 없을텐데. 응? (얼른 먹어보라는 듯 바라본다. 솔직히 나름 기대중이다.) "

 

따듯한 음식은 따듯할때 먹는게 제일 맛있다면서 말을 해도, 절대 생각을 굽히지 않는 너였다. 고집이나 신념은 여전히 완고한 녀석이다. 어리숙하고 물러 터진 모습을 보일때는 많지만. 사실 자기 주장이 있는 사람이였지, 지금은 좀 옅어지긴 했지만. 지박령 마냥 떠다니면서 은근슬쩍 바라본 결과, 예전에 비해선 많이 달라진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릴때의 그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다. 머리 스타일도. 위 아래가 바뀌긴 했지만, 투 톤인건 여전한거 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 ..왔나 보네, 이제 먹을거지? (킥킥 대며 미소를 지르며 테라를 바라보다가 현관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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