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Bad end 1#

by 쩡만이 2021. 11. 16.

정신병동 배드 엔딩 1#


꽁꽁 감추고서 마음 깊은 곳에 아무도 못 보도록 먼지가 쌓일 대로 쌓인 내 기억과 경험을 파해치는건 정말 최악이다. 없애버리고 싶은 과거를 왜 굳이 수면 위로 꺼내서 모든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도록 하는지, 그걸 수 없이 당해본 나로써는 이해하려고 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였다. 하고 싶지도 않고, 근데 최근 날 어디론가 데려간 애들. 밖에 산책을 나가자면서 이끌고 나를 이끌고 밖으로 향하는 둘, 꽁꽁 싸맸다고 들은 그의 모습은 생각하니 우스꽝스러워서 웃음만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웃음이 끊기고, 내가 도착한 곳은 차가운 흰색 배경의 어느 곳, 수 공허하고 소리가 나도 매아리지 않고 소리가 분위기에 압도 당해 소멸되는 그런 장소. 나를 바라보는 두 시선은 어땠을까, 난 의문만을 품은 눈으로, 해칠 생각 따윈 없었는데, 어느새 소중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나한테 윽박을 지르고 있어, 빨개진 듯 한 내 손. 손톱에 묻어있는 붉은색. 난 절대 악의로 한게 아니였다, 하지만 왜 계속 날 강압적으로 다루는걸까. 얌전히 있었고, 잘 따랐는데. 이건 단지 순간의 실수, 고의가 아니야. 근데 왜 너희는? 빨갛게 된 내 손목과 흐려져가는 시야. 애초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보였다고 하면 다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 순간 빛과 형체들은 계속 섞여서 기이한 색으로 변해갔다. 다른 색의 물감을 계속 섞은 듯, 난 모든 것을 더럽히는 검은색. 그러니까 이렇게 흐려지고 탁해지는건 당연한걸지도.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건 알아, 하지만 버려지도 싶다 한 적은 없어. 얼마나 발버둥치고 부딪히고, 치여다녔는지 슬슬 고통이 몸에 전부 전해져 정신을 잃을거 같았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거 뿐, 내가 내 집에 가는거 조차 거절 당할 이유는 없으니까, 난 부탁했을 뿐이다. 하지만 대답은 오지 않고 무언가에 세게 잡히고, 들려오는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 차가웠던 감촉. 둘 다 얼음장같이 차가웠지, 그리고 목에 따가운 무언가 깊게 꽃혀 입으로 나오는 목소리를 막는다. 물에 가라앉은거 마냥 압박감에 눌려지는 정신, 의식은 그 자리에서 끊어졌다. 차가운 바닥과 서로를 맞대며 쓰러져있던 나. 어디로 끌려갔을까, 그건 일어나서야 깨닫게 되겠지. 그게 지금,

 

" ...역시 날 미친놈 취급하고 있었구나? "

 

팔에 꽃혀있는 주사 바늘이 움직일때마다 팔을 따끔따끔 찌른다. 아픈 곳은 없는데, 아팠다면 그 순간의 타박상만이 쓰라릴 뿐. 빨갛게 된 내 손목과 머리에 새겨진 멍 자국. 그리고 옷은 내가 평소에 입던 옷이 아닌거 같았다. 만져보니.. 아, 환자복이겠네, 여기가 어딘지는 대강 알고있으니까, 원망하는 목소리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봤다. 물론 사람은 내가 보고 있는 오른쪽에 있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고 잠자코 날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시선감이 느껴지고,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기분 나쁘게 속삭이는 사람들의 목소리. 날 병자라면서 차라리 일찍 죽지 그랬냐면서, 난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며 그 소리를 견뎌내려고 애썼다. 그럴 수록 강하게 날 쏘아붙이며 살 의지를 꺾어간다. 이윽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혼자서 멍하니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훌쩍이기만 할 뿐. 솔직히 지금 내 몸에 달려 있는게 손인지도 잘 모르겠다.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질 뿐이였고, 온기는 느껴지지 않아.

 

" ...난 나쁜 짓 한 적 없을텐데......- "


예전부터 병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데 하나도 안 나아졌다라.. 그 애 성격상 절대 인정하지 않고 살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확실하게 해주는 증거가 바로 버려졌던 약들. 진단서도 갈기갈기 찢어진채로 버려졌었으니까, 하지만 계속 그 여자애한테 하는 행동, 나를 어딘가에 가두거나 가만히 있으라고 주술을 거는건 좀 많이 거슬렸다, 그래서 몰래 일러바쳤다, 그냥 폐쇄병동에 넣어버리자고. 확실히 나아져야 너도 살기 편할거 아니냐는 말, 솔직히 내가 강제적으로 진행하긴 했다, 이대로 살다간 다 같이 미치는건 시간 문제라고 판단했으니깐, 지금도 봐. 혼잣말 하면서 울고, 웃고. 다 하잖아.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데. 의자에 앉은 채로 멍하니 입을 다물고 있긴 하다만, 성격장애랑 조현병이라니, 진작에 왔어야 할 녀석이였던거지, 이제서야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정심이 들었다. 왜 이렇게 애가 망가진걸까, 그러고보니..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도 많이 망가진 생물이라는걸 깨닫는다. 기억도 끊어져있고, 그저 죽기 전의 주마등만이 내 기억의 바탕이다. 서로 망가진 상태인데, 넌 단지 나보다 더 할 뿐이다. 잘 살고 나왔으면 하네.

 

" ..(말 없이 환자실을 나갔다.) "


Bad end 1# ㅡ

'패러렐 월드 > 나야기 테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라로 에펙 라이브 2D 만드는 과정  (0) 2021.11.17
미완  (0) 2021.11.16
아침부터 머함  (1) 2021.11.14
고당분긴막대의 날  (5) 2021.11.11
악마 퇴마사 / 인간 엑소시스트  (0) 2021.11.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