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후유증

by 쩡만이 2022. 6. 14.

그때 사실, 통증 보다는 붕 뜨는 감각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
잠시 신경이 멈춰있었다고 해야하나.. 현실감이 없어서 그랬던걸까,
하지만 그때 차가운 아스팔트는 느껴진거 같다. 정신 차리니..
어느 병원에서 깨어났고,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지만 말이다.


" (몸이 너무 무기력하다. 그래서 그런지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 "

넌 네가 많이 미성숙하다고 말한다. 원래는 안 이랬었나봐.. 나 멍청해진걸까? 딱히 펜도 손에 안 잡힌다. 일기 쓰는걸 그만 둔걸.. 이때 부터였을까. 과거의 자취를 남기기 보다는 현재를 그저 흘러가듯 살 뿐이다.

-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아무랑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더 자신을 가두게 된다. 요즘은 글 읽는거도 힘들어져서 영상을 보고 있다. 기계에서 아무거나 추천해주는 영상을 보고, 그 지식이 내 머리 속에 쌓여간다. 질 나쁘고 허위로 꾸며냈을 수도 있는 루머와 자극적이기만 한 소재들. 책 읽었을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지만, 영상과 이런 번쩍거리는 효과를 보자니 너무 빠르게 들어오는 정보량으로 인해 꽉 막히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은 이게 뭐가 좋다고 낄낄 대며 웃는걸까... 서로 혐오를 조장하면서 자조적인 농담을 던지며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머저리들. 사고 이후, 내 사고 방식은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 아니면 도, 계속 되는 흑백 논리에 집어 삼켜지는 단순한 뇌가 되버리는거다. 이런 작은 스크린 따위 보고 싶지 않아,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밑에다 던져버린다. 깨지진 않았겠지만. 이러고 있으니 또 심심해진다. 멍하니 있는게 싫어. 종이를 넘기면서 글자를 읽고 싶다. 하지만 더 이상 내 머리에 들어오려는 생각을 안 해..

" ..우으으으..... (붕대를 감은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이불을 뒤집어 쓴다.) "

- 생각해보니, 어제 밤에 네가 돌아오고 나서 뭘 했더라... 하체가 조금 저리면서 간질간질하다. 가만히 할 일 없이 책상에 앉아서 낙서만 하고 있던 나한테 침대에 누우라고 했었다. 난 자동으로 아직 안 씻었다고 하며 씻으러 들어갔지. 또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보네.. 하면서,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었다. 씻고 나서 몸을 닦으니 그 앞엔 네가 준비해 놓은 옷이 바닥에 두어져 있었다. 그걸 입었는데.. 내가 평소에 입던 옷이 아니였고.. 음, 그 후는 몇 시간 동안 네 장난감이 된거 마냥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침대에서 뭘 했는지.. 딱히 상세하게 떠올리고 싶진 않다. 부끄럽고.. 너무 창피해, 근데 날 이렇게 계속 괴롭히는거만 좋아하는건가.. 우리 학생때는 서로 같이 즐겼었는데. 요즘엔 익숙해져서 그런가. 이렇게 당해도 딱히 거부감은 안 들었다. 히메가 내가 잘못한 일이 많다고 했으니.. 그거 갚을때 까지는 이러고 살라 했으니까아...

- 그보다 여러가지 할 때 담배랑 술 냄새가 너무 거슬려, 나한테 권유하는 네 모습을 보자니 완전히 중증으로 중독된거 아닐까 싶어서 걱정이다.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인데... 오래오래 살았음 좋겠는데, 몸도 안 좋으면서. 그래도 이렇게 가끔 험악하고 무서운 면이 있어도 히메는 히메니까, 가끔 이상한 사람들이 나한테 용건이 있다는 듯 와도 막아주고. 집에서 안전하게 있도록 도와주니까.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저절로 악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가끔 정말 위험한 상황이였는데 왜 지켜보기만 하냐고 혼난 적도 있지만.. 나 싸움 같은거 싫어한단 말이야.

" 히메~ 나 책 읽어줘... 자고 싶어..... (집에 있는 널 부른다.) "

- 요즘엔 진짜 어린애가 된거 마냥 누군가 책을 읽어줘야 잠에 든다. 내가 직접 읽는게 아직까진 힘들어서, 누군가의 음성. 특히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귀에 책 내용이 박히는게 기분이 좋다. 듣다가 서서히 잠에 들려고 하면 내 손을 꼬옥 잡아줬음 좋겠다. 잘자라고 뽀뽀 해줬음 좋겠어... 막상 부탁하면 부끄럽다고, 오빠가 무슨 유치원생이냐며 놀려대지만.. 해주면 유치원생도 나쁘지 않을거 같았다. 이런 취급 받는게 익숙해진걸까? 당연히 난 너보단 아래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느새 나이로는 상관 없어 져버린 관계..


누군가 이렇게 내 옆에서 지켜주고, 여러가지를 함께 한다는게 좋다.
저번에 너랑 같이 놀이동산이라던가.. 가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어.
사람이 많으면 역시 무섭지만, 너랑 함께라면 괜찮을거 같아서..
오늘도 그런 순수한 꿈을 꾸어본다.


'패러렐 월드 > 나야기 테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07??  (0) 2022.06.23
동화, 그 후는 초월  (0) 2022.06.15
내 안엔 내가 너무 많다  (0) 2022.06.14
  (0) 2022.05.31
20XX. XX. XX  (0) 2022.05.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