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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렐 월드/나야기 테라

내 안엔 내가 너무 많다

by 쩡만이 2022. 6. 14.

난 내 의지로 행동하는게 맞다. 아마도 지금까진 그랬을 것이다.

분명 어떤 성격이든간에 나로써 존재할 수 있으면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게 타인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를 안겨 준다면.

그건 내 의지가 맞을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행동과 일치하는가?

나는 나로써 존재하는게 맞는가? 어릴때의 난 뭐였지?


" 생각보다 나한테서 끌어올 소재는 충분하네. "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알려졌다. 그냥 인생 푸념에 가까운 하소연인데도 사람들은 이걸 즐기며 소비를 해준다. 덕분에 재정 상황도 많이 나아졌고, 우리들의 분위기도 한 층 가벼워지고 성숙해졌다.

 

- 최근엔 노라를 데리고 밤에 원래의 가정집을 찾아갔다. 여기엔 여전히 그들의 부모님과 형제가 살고 있다. 노라는 어리둥절하며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눈치였지만. 난 말 없이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곤 어깨를 몇 번 토닥여준 뒤, 난 뒤로 가 벽 뒤에 숨었다. 초인종 소리에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 노라는 갑자기 어딜 가냐면서 뒤를 돈 채 따져댔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놀라는 듯 노라의 이름을 부르는 한 여성. 아마 그의 어머니겠지. 물론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이름이 불려진 그의 죽은 아들의 눈엔 낯익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얼굴이 새겨져있다. 소리를 들었는지 집 안에 있던 그들은 현관문으로 몰려들었다. 자고 있었던 아버지부터 시작해, 다크서클이 짙게 져 있는 그의 형. 상처와 썩은 부위가 몸에 퍼져있는 집안의 막내를 보고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를 먼저 안아주는 건 부모님이였다. 기억이 잘 안난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지만. 다시 가서 잘 적응한다면.. 그걸로 오케이겠지. 난 유유히 그 모습을 보곤 다시 기기에 의존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 눈이 아예 안보이는건 불편하다. 특히 밤엔 빛 조차도 보이지 않아서.

 

" ...(몇 분 동안 걷다가 알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몰랐다면.... 너도 나 처럼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

 

사실 계속 같이 있고 싶었고. 가족과 같은 존재였지만, 그에겐 우리 같은 가짜가 아닌, 진짜 가족이 그가 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고, 여전히 찾아 다닌걸 알고 있었기에. 그를 다시 가족의 품에 돌려 놓는 방법 만이 내가 편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선.. 널 진심으로 아껴줄 혈육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그렇게 가족의 품으로 널 보낸 뒤, 며칠이 흘렀다. 집에서 들리던 장난스런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고요함이 가득한 우리 집. 동반자를 자처한 그녀는 현재는 근처에 없다.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며, 대학교 같은 건 꿈도 꾸지 못 할 나는 글 쓰는게 전부였다. 글을 쓰고. 누군가는 보겠지.. 하면서 올렸던게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여서, 의도치 않은 생계 수단이 되었다. 나를 처음으로 마주한 편집장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내가 사실 장님이였다는 사실을 듣고서. 타자를 외우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었지. 물론 지금도 완벽하진 못해서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지금은 혼자 글을 쓰는건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출판사가 내 옆에 보조해 줄 어시스턴트를 붙여줬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은 오타 검수와 부적절한 단어를 수정해주는 것. 매일 옆에 있을 순 없으니 주기적으로 찾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여전히 집을 들락날락 거린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사람이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였다는거지, 여자였다면 엄청 질투했으려나. 내가 절대 널 떠날 일도, 애정이 식을 일도 없을텐데 말이지.

 

- 그래서, 이번에 쓸 책은 뭐로 주제를 정할까. 아, 혼란스러웠던 그 시기로 쓰면 좋을까. 마치 또 다른 내가 감정을 좀 먹는 기분이였으니까. 제목은 대강 생각나는 단어를 조합해보자. 다중인격이라고 하기엔 뭔가 애매하다. 내가 받은 진단서라도 찾아와달라고 부탁해야하나? 어디다 뒀는지 가물가물하고, 막상 알고 있다고 해도 찾는데에 문제가 있을테니 말이지. 어, 마침 왔나보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됐는진 모르겠지만. 네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보통 저녁이니까. 동거하는건 허락 받고 하는거 맞지? 또 네 오빠가 와서 다짜고짜 시비를 거는 일이 없었으면 해. 이제야 안정화 된 생활에 찬 물을 끼얹으면.. 나로썬 많이 불안해질거 같아서. 속으론 이런 생각도 해, 둘이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하는 계약 같은게 있다고 했지, 고려는 해보고 있어. 네가 먼저 말을 꺼낸다면.. 모르는 척 할거지만. 너무 이른거려나. 우린 아직 20대 초반이니까..

 

" ..(글을 쓰다가도 이런 저런 생각에 휩쓸린다. 하지만, 예전 처럼 그렇게 어둡고 칙칙한 생각은 아니다.) "


화를 내는 주체가 나고, 감정을 분출하는 요소가 내면에 있다면, 이건 누군가 나를 조종하는 느낌과도 같다.

내 안에는, 수 많은 감정들이 자아를 가지고 활동하는 느낌이다. 그게 매우 급변하게 바뀌었으니 문제였지.

지금은 괜찮냐는 질문엔 이렇게 답한다.

난 지금 그 경계선에 커다란 벽을 세워놨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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